4학년 1반

       선생님은

       너희들이

       곁에 있어

      참 행복했다.

         사랑해...

  • 선생님 : 개똥이아빠
  • 학생수 : 남 13명 / 여 9명

겨울의 문턱에서...

이름 김지환 등록일 23.11.22 조회수 219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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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 선생님이 되던 첫해부터 빠짐없이 하던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. 

 

 한가지는 생일 맞은 개똥이들에게 어부바하고 교실 한 바퀴 돌기

또 한가지는 아이들 일기장에 빠지지 않고 답글 달며 소통하기

마지막은 수업하다가 첫눈이 내리면 짜장면 먹기


[크기변환]20231122_110753
생일날 개똥이들 어부바하기. 제가 가르친 제자 중에 안업혀본 개똥이는 없답니다. ^^
 

 그  세 번째 약속이 이번에는 하늘의 뜻으로 스쳐 지나갑니다.

 하필 우리학교 합창단 등굣길 음악회가 있는데 첫눈과 비소식이 있어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침에는 가을햇살 처럼 참 밝고 따사로웠습니다. 그러다 10시가 넘어서니 하늘이 구름으로 가득해졌어요. 자꾸자꾸 창밖을 바라보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과 창밖을 힐끔힐끔 번갈아 보던 개똥이아빠. 누군가 외칩니다. 눈 내린다~~ 아이들이 와~~ 함성과 함께 푸르스름하게 코팅된 창을 제칩니다. 근데 이건 눈이 아닙니다. 하늘을 올려다 보면 눈이 살짝 비치는 것 같지만 엄연히 내리는 건 비였습니다. 야, 비잖아, 이내 아쉬움의 탄식으로 바뀝니다. 살짝만 더 추웠다면 분명 첫눈치고 꽤 소복이 쌓이는 눈이였을 겁니다. 올해도 이렇게 짜장면은 물건너갑니다. 

하필이면 저녁에 지붕에 쌓일 만큼 첫눈이 얄밉게 내렸습니다. 

내리면 내리는대로 기쁨이 안내리면 안내리는대로 아쉬움이 기억될 겁니다. 그 아쉬움도 추억이더라구요.^^

 

 그러다보니 어느새 겨울의 문턱입니다.

가을날도 우리 개똥이들 여러 활동으로 살찌우고 있습니다.

무엇보다 책읽기 미션을 수행중인데 독서카드의 도장이 하나 둘 늘어나고 있어요. 맞춤제작중인 개똥이캐릭터 열쇠고리가 선물입니다. 아침시간에 틈틈이 쉬는 시간에 책을 읽고 있어요.  이제 딱 열흘 남았는데 20권 도장을 모두 채우길 바라며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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개똥이아빠선정도서 20권읽기 미션 달성 1호. 다솜이. 
(다솜이는 맨날 1등만 좋아한다고, 여러 개똥이들에게 부러움이 가득찬 눈흘김을 당했다는...^^)

 

 지난 시월의 마지막 날은 사제동행 음악회라는 타이틀로 개똥이들도 공연을 했습니다. 평소에 즐겁게 침튀겨 가며 연주했던 리코더로 사람들 앞에 뽐내어 보았습니다. 맨 앞에서 촬영을 하느라 함께한 부모님들을 만나 뵙지 못했지만 한 곡 연주가 끝날 때마다 부모님들의 환호성 소리에 저도 덩달아 힘이 났습니다. 힘찬 박수를 치며 응원 보내준 부모님들 고맙습니다. 그렇습니다. 우리 반 부모님들은 올 1년 동안 항상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에게 늘 아낌없는 큰 응원을 보내시며 힘이 되어주셨습니다. 부족한 교사에게도, 지금보다 더 잘 자랄 우리 아이들에게도. 연주를 성공리에 마친 개똥이들에겐 리코더선물을 하나씩 쥐어주었습니다. 꽤 좋아하네요. ^^

 

10.31. 음악회 무대를 서고 나서 한층 더 개똥이들이 성장했습니다. 자신감은 보너스

 

 

 아이들 지도하고 가르치며 함께 살아가는 동안 수시로 활동 사진을 찍습니다. 1인 2역, 3역은 제게 일상입니다. 첫 발령 때는 없었던 디카의 탄생과 학급홈페이지가 열리며 이젠 숙명과도 같은 일을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. 다만 홈페이지가 1년을 주기로 리뉴얼되면서 2009년 이전의 자료는 없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입니다. 사진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아 많이 찍고 선별하는 편입니다. 그 정성으로 가끔씩 카메라가 좋은 사진 한 두장씩 선물해줍니다. 사진은 당시의 상황을 추억삼아 남기는 역할도 하지만 제겐 또 다른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. 

 

 "사진과 영상을 찍으려면 아이들을 보게 되고, 계속 보게 되면 어느새 이해되어지고 곧 그 마음까지 와닿습니다."

 

 결국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게 되는 좋은 도구가 됩니다. 특히 수많은 사진을 선별하는 과정에서, 그리고 동영상을 편집하느라 되돌려보는 과정을 여러번 거치게 되면서 평소 보이지 않던 아이들의 행동을 알게 되고 전후를 살피면 그 마음까지 점점 알게 되더라구요. 고생도 되고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아이들 앞에 선 교사로선 참 의미 있는 일입니다. 

 

 하루 중 제가 가~~장 바쁜 시간을 아시나요? 바로 점심시간입니다. 개똥이들이 가장 가까이 제게 붙어있을 수 있는 시간입니다. 개똥이들이 밥을 다 먹고서도 교실로 가지 않고 운동장에 나가지도 않고 자유시간 친구들과 놀지도 않고 제가 자리에 일어나기만을 한없이 기다립니다. 제 주위를 맴돌고 있어요. 무장해제된 시간이라 아이들이 옷자락과 팔 다리를 붙잡고 교실로 올라갑니다. 그 덕에 옷이 몇 번 터지기도 했지만 아이들과의 거리가 맘의 거리라 생각하며 위안 삼고 있습니다. 점심시간에 우리학교 가장 어두운 지하실에서 공포방탈출도 즐겨보았습니다. 사실 저는 음... 종종 우리 개똥이들이 더 무섭습니다. ^^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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학급신문만들기. 처음에는 타자 치는 것부터 힘들었지만 이젠 제법 프로그램을 잘 다룹니다.
 

 지난 번 배운 파워포인트에 이어 틈틈이 배운 한글프로그램으로 이제는 제법 학급신문도 잘 디자인하기도 합니다. 컴퓨터 가르치는 한 달은 어려움이 정말 많았는데 이제는 아이들이 잘 따라와주고 자기가 하고 싶은대로 잘 꾸미기도 해서 기특합니다. 더불어 미술선생님이 따로 운영되는터라 제가 아이들과 하지 못했던 미술수업을 시간을 내어 하고 있습니다. 클레이점토로 캐릭터도 만들고 에코백 디자인도 도전해보았습니다. 손재주 많은 녀석들이 참 많네요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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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.22 클레이시간. 개똥이들 손재주. 아이들이 어른보다 잘합니다. ^^
 

 

 이제 오늘로서 개똥이들과 남은 시간이 딱 한 달입니다.

 

개똥이 교육과정 중에 제가 가장 분주할 때입니다. 학년말 해야될 일들도 많지만 그 보다도 아이들에게 전할 것을 잊은 건 아닌지, 계획하고 같이 하고 싶었던 일들을 놓친 것은 없는지, 빼곡한 일정표에 썼다 지웠다 반복하고 있습니다. 제 맘이 조급해지는 시기입니다. 

 1학기부터 교과 핵심적인 부분을 앞서 배우며 최근까지 여러차례 복습을 하고 있습니다. 아이들이 잘 기억하여 5학년 학습할 때도 어려움이 없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남은 시간동안도 지금까지 그러했듯 아프지 않게 모두 1년을 마무리하면 좋겠고 몸도 자랐 듯 그 마음의 넓이도 커지면 좋겠고 우리들의 1년이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.

 

 저는 이제 개똥이들과 남은 한 달을 시간을 아끼며 더 바지런히 보낼 예정입니다. 다시 돌아오지 않는 시간 후회 없도록. ^^ 참, 12월이 되면 날짜를 정해 개똥이들과 봉사활동을 한 차례 할 예정입니다. 국어, 도덕, 사회수업시간에 글로만 나오는 일들을 아이들과 함께해 볼 예정입니다. 계획이 정해지면 부모님들께 전하겠습니다. 

 

 날이 따뜻하네요. 하늘도 높고 햇살도 좋고. 아직은 가을인가 봅니다. 

 

P.S 가끔 이렇게 시간을 내어 긴 글을 남기는 것이 부모님들께 어떨까 싶지만 그래도 나름 부모님들과 소통의 창구가 된다고 스스로 위안 삼기도 합니다.  독백과 같은 글이 아니었기만을 바라며... 부모님께 읽기 강요하는 스팸일지라도 그래도 우리 반 소식은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습니다. 읽는 수고로움이 있었을텐데 걱정 마시고 앞으로 한 차례만 더 기록할게요. ^^ 그래도 늘 시간내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. 그리고 담임이 삐지지 않을까 댓글도 가끔 달아주시는 분들도 감사합니다.  모두 감사합니다.  마음으로 개똥이네를 지지해주시는 것 자주자주 경험한답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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